로컬 이야기
요즘에 여기 모르면 간첩임. 떠오르는 로컬, 경북 [김천]의 이야기
'불사조 여행단'의 김수현 대표님을 만나다

두 번째 누비오의 소식 [김밥축제]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경북 김천],
김천에서 [불사조 여행단]을 운영하고 계시는 [김수현]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인스타ㅣ @phoenix_travel1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89곳의 인구소멸지역의 숨겨진 자원을 여행으로 바꾸는 김수현입니다.
Q. 로컬로 떠나기 전엔 어떤 삶을 살고 계셨나요?
20대 중반까지 서울에서 살았어요.
서울은 사람이 워낙 많고 복작복작하잖아요. 회사에서도 늘 사람에 치이다 보니,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전공은 식품산업관리학과였는데,
원래 농촌경제학에서 전공 이름이 바뀐거라 농촌경제나 농산물유통 관련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고등학교도 식품 관련 공부를 하면서 기초인 농산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조금 더 확장되어 지역이나 농촌 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서른쯤에는 로컬에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았고요.
그렇게 커리어 방향을 정했어요.
원래는 농업 공공기관에서 용역을 받는 일했는데, 인구소멸지역이나 농어촌 지역에 지자체나 나라 사업이 많이 있거든요.
그 중에서 저는 로컬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주민 복지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했습니다.
언젠가 로컬로 갈 저한테 딱 맞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회사를 다녀보니 맞는 부분도, 안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사원으로 일을 배워야 하는데, 성격 자체가 일에 대한 주장이 강하다 보니 회사조직에 잘 녹아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마을을 위한 사업'이라는 일만큼은 저랑 정말 잘 맞았어요.
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일을 하니 지역 주민분들도 환대해주시고, 좋아해주셨어요.
그런 게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무실보다는 현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언제 처음으로 '나는 로컬에 관심이 많다'고 스스로 느꼈나요?
저는 어딘가에 제 쓰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있으면 워낙 뛰어난 사람이 많잖아요.
그 안에서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특히 한국관광공사에서 인구소멸지역 서포터즈로 활동할 때가 그랬어요.
지역에 가서 사진을 찍고 포스팅을 했는데, 조회수도 잘 나오고,
내가 수집한 정보가 누군가에게 활용이 되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내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제가 활동했던 2023년 쯤의 로컬은 아직 정보도, 콘텐츠도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하면 더 눈에 띄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하는 활동이 그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점이 와닿았어요
그때 '로컬에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가
로컬로 완전히 내려오기로 결정한 건, 어떤 이유였어요?
서울살이 자체가 참 팍팍했어요. 숙대입구 근처에 자취를 했는데, 보증금 1,000에 월세가 55만 원이었어요.
그것도 4평짜리에, 햇빛도 안 드는 방이었고요. 겨울엔 보일러비도 만만치 않으니까 아끼려고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잘 때 코가 너무 시린거에요. 그 때 '이만한 돈을 감당하면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주변에서는 회사 경험을 더 쌓고 나서 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동아리도 직접 만들고, 프로젝트도 혼자 만들고, 혼자 하는 일에 너무 적응해버리니까
사수님과 합을 맞추기보다 오히려 방해만 됐던 것 같아요.
일이 안 맞았다기보다는, 조직에 적응하는 게 저한테는 참 어려웠어요.
그런데 마음속으로 '나는 창업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다 보니,
자꾸만 회사를 멀리하고 도망치게 되더라고요. 창업이냐 회사냐를 계속 저울질하다 보니, 정작 회사 일에도 잘 몰입이 안 됐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을 정했어요. 지금까지 모아둔 게 큰 것도 아니고,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가진 걸 다 투자해서, 지금 해보자' 싶었어요. 그렇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Q.그러면 많은 로컬 지역들 중에 왜 김천을 선택하셨나요?
소도시 여행을 다니면서, 정착할 지역을 계속 리스트업했어요.
아무래도 교통편도 좋고, 활용할 수 있는 관광 요소가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충북 옥천이나 영동도 후보였어요. 옥천은 '월간 옥이네'라는 로컬 잡지가 7~8년째 자리를 잡고 살아남은 곳이거든요.
영동은 대전이랑도 가깝고, 와이너리로 특화된 지역이고요.
이렇게 지역만의 콘텐츠나 자원이 이미 살아있는 곳들을 눈여겨봤어요.
그러다 김천이 김밥축제로 크게 화제가 된 것을 보고 김천으로 마음이 기울렀어요.
딱 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기였거든요. 관광 요소는 있는데, 아직 이걸 다루는 크리에이터는 없었어요. 그게 기회라고 봤어요.

Q. 그럼 내가 살고있는 김천은 혹시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
솔직히 처음엔 텃세를 걱정하며 긴장을 많이 했어요.
낯선 사람이 지역에 들어가면 경계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김천은 텃세도 없고, 긴장도 경쟁도 없었어요.
오히려 '같이 으쌰으쌰 해봐요', '다 같이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더라고요. 혼자 애쓰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었어요.
자연도 좋아요. 공기도 맑고, 음식도 맛있고요.
무엇보다 위치가 정말 좋아요. 김천이 전라북도, 경상남도, 충청북도랑 붙어 있어요.
서울도 ktx는 1시간 30분 정도 가깝거든요. 경부선이 지나가서 어디로든 이동하기 편해요.
한국의 딱 중간 같은 느낌이라, 여기를 거점으로 두면 어느 지역으로든 뻗어나가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로컬 활동을 하는 저한테는 이만한 자리가 없죠.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김천의 진짜 매력은 결국 사람인 것 같아요.
지인들이 과일도 어찌나 많이 챙겨주시는지, 과일을 사 먹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이렇게 자꾸 챙겨주시는 분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이 사람들과 계속 같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김천에 더 애정이 가고, 좋은 점을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되는 것 같아요.
Q. 지금 김천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불사조여행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봤던 청년들 중에서 진로를 고민하거나 여러 갈래에 놓여서 활기를 잃어가는 사람들을 종종 봤어요.
그리고 지역도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고요.
그 둘을 같이 다시 살려보고 싶었어요. 청년도, 지역도 여행을 하면서 다시 살아나자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어요.
그래서 불사조여행단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지역을 여행하는 프로젝트예요.
지쳐가는 청년들을 지역으로 데려가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관광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거죠.
그냥 같이 즐기고 끝나는 여행은 아니에요.
이 여행이 자아실현이든 뭐든, 각자에게 어떤 성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가는 걸 지향해요.
시작은 2023년 9월이었어요. '소탐대득'이라는 여행 동아리를 먼저 만들었는데,
그 안에서 저를 도와주려는 친구들이 모였어요.
그리고 동국대학교 창업 동아리로 선정되어서 이후 동아리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키워온 불사조여행단의 차별점은, '섬세하다'라는 거예요.
'이 지역에선 이런 특성이 있다.'는 걸 딱 짚어주고, 교통편이나 현실적인 여행 동선처럼 실제로 도움 되는 이야기를 담거든요.
그냥 놀러 가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사람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거죠.
불사조여행단에서 여행하는 단원분들께도 이런 섬세함을 적용해서 참여자들의 장점이나 강점을 찾아보고,
여행을 기록하고 되돌아보면서 이 것을 어떻게 발전시키거나 다음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Q. 로컬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할 때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첫 여행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 로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오셨어요.
다들 경험이 많다 보니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여행 후기를 나눴거든요.
그러면서 '콘텐츠가 좀 부족하다'는 솔직한 피드백도 많이 들었어요.
뼈아팠지만, 그 얘기들이 다 다음 여행을 채우는 재료가 됐어요.
그리고 여행이다 보니, 날씨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비가 오면 스케줄에 차질이 크게 생겨요. 한번은 축제장에 갔는데 바닥이 온통 황토길이었어요.
이런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럴 땐 최대한 스케줄을 바꾸고, 운영자로서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려고 하는데,
처음 여행에 참여했던 분이 신발이랑 옷을 다 버려서 참 마음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 여행이라 기대도 많이 하고, 아끼는 옷을 입고 오셨을텐데.. 하면서요.
그래도 다행인 건, 불사조여행단에 오시는 분들은 소도시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이에요.
전화인터뷰 때도 소도시를 여행하다 보니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고 미리 안내를 드리기도 하는데
그래서 좀 불편한 상황이 생겨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신답니다.
또 하나 힘든 건 돈이었어요. 여행 프로그램만으로는 고정적인 수입 유지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려고 김천에 소품샵을 차렸어요.
불사조여행단은 ‘나만의 쉼터 찾기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이 있는데,
김천분들의 쉼터이자 재미를 드리기 위해 아기자기 하고 작은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답니다.
다행히도 김천 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힘이 되고 있어요.
Q. 프로그램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담양에 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오신 분들은 외향적인 분들이 계셨어서 다 같이 '놀자 놀자' 하는 분위기가 됐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여행이 처음이라 어색해하시던 분이 계셨어요.
사실 그분을 제가 더 챙겼어야 했는데, 현장 운영을 해야 하다 보니 휩쓸려 그러질 못했어요. 내내 신경이 쓰였죠.
그런데 저녁쯤 다 같이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면서 여행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데,
그분이 제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주시는거에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좋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뿌듯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 알았어요. 그분에게 낯가림의 시간이 있었던거에요. 그게 저녁이 되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풀린 거고요.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마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그 속도를 억지로 당기려 하기보다, 저도 그 속도에 맞춰 함께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로컬에서 창업하고 싶은 누비어들에게 팁이 있다면요?
현실적으로는, 지자체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해요.
지원사업도 챙기고, 공무원분들이랑 소통도 하고, 시장 상황도 알아봐야 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지역에 자리 잡는 느낌을 확실히 받거든요.
형식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원사업을 몇 개씩 써보는 것만으로도 로컬에 대한 감각이 확 올라와요.
서류 작업을 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해야 하고, 분석도 해야 하고, 사업을 수행하면서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창업하기 전에, 지자체의 지원사업부터 따보는 걸 추천해요.
억 단위의 큰 사업 말고, 백만원 단위도 충분히 도움이 많이 되니까 부담 없이 도전해봐도 되고요.
예비창업자를 우대해주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지역에서는 웃으면서 인사하는 게 정말 좋아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먼저 웃으며 인사하다 보면 지역 분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도 되고,
지역의 정보도 나누고, 같은 주민으로서의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누비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록을 많이 해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많이요
불사조에서 하는 것도, 친구들이랑 하는 것도, 그때그때 기록해두면 나중에 그걸 다시 봤을 때 어느 정도 답이 보이거든요.
프로젝트 일기든, 그때 느낀 점이든, 장단점이든 뭐든 다 써두는 거예요.
그러면 힘들 때 그걸 표로 만들거나 점수로 매겨보면서, 저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누비시는 분들인 만큼 고민도 많고 경험도 많으실 텐데.
꼭 나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 기록 하나쯤은 남겨두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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